템즈강의 프렐루드

     Prelude FLNG는 5년 여간의 기나긴 공사를 마치고 지난 해 여름 거제도를 떠나 Prelude gas field에 도착했다. Hookup과 commissioning을 마치고 지난 주에 생산을 시작하면서 Qatar를 제치고 Australia를 Natural Gas 생산국 1위로 단숨에 올렸다. 개인적으로는 컨설턴트로 첫발을 내딛게 된 프로젝트라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KOGAS (한국가스공사) 에서도 10%의 지분을 투자했으니 여러분들도 관심을...ㅎㅎ

 

 

그런 차원에서 몇 가지 숫자로 알아보자.

 

#1.
몇 가지 영역에서 #1 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우선 사이즈에서 세계 최대이다. 길이 488미터, 너비 74미터, 높이 105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큰 vessel이다. 엔진이 없어 ship이라 부르지 않지만 물에 떠 있는 물체중에 가장 크다고 보면 되겠다. 크기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축구장 6개 크기라 보면 되겠다. 배수량으로는 600,000 tonnes으로 니미츠급 항공모함 5배이다.

 

 

#2.
세계 최초의 FLNG로 시작했지만 '최초'라는 기록은 Petronas의 FNLG Satu (말레이-인니어로 '1'이라는 뜻)에 넘겨주고 Prelude는 #2 가 되었다. Satu는 사이즈가 365미터 * 60미터, 그리고 무게는 Prelude의 절반도 안되는 125,000톤이라 대우조선해양에서 늦게 시작했으나 빨리 마치고 Operation에 들어갔다.

 

 

25 years.
가스전에 있는 subsea와 연결(hookup)한 후에는 25년간 같은 자리에서 operation을 계속한다. 오~~~ 놀랍도다. 페인트의 기술력이여! (Dutch산 AkzoNobel의 페인트인가???)

 

해안에서 250km 떨어진 Prelude 가스전

200km & 250m.
Prelude Gas field와 가장 가까운 해안과의 거리는 200km 떨어져있다!!! 그리고 가스전은 수심 250m에 위치하고 있다!!! 기름밥을 처음 먹어본 나로서는 Oil & Gas 영역은 실로 대단한 곳이었다. 망망대해에서 그리고 저렇게 깊은 곳에 있는 가스전을 찾아내서 또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큰 물체를 만들어서 가스를 뽑아 내서 우리집까지 가스를 배달해준다고 하니 그 기술력에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3.6 million tonnes
Prelude FLNG의 연간 생산량이다. 740만의 홍콩인구의 가스 수요량의 117%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14 billion
비용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으나 Financial Times (2017)에 따르면 프로젝트에 들어간 총 비용이 $14 Bil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Burj Khalifa에 들어간 비용이 $1.5 Bil이니 거의 10배가 들어갔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EPCI 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construction에서 가져가는 금액이 실제로 크지 않다고 한다. Big 3인 현대, 대우, 삼성중공업이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70% 가량은 Engineering 등 다른 데서 가져간다는 것이다. (거제도 출신으로 조선해양전문가인) 허남용 중소기업청 기획조정관에 따르면 많이 잡아도 20~30%라고 한다. Big 3 모두 엔지니어링 회사가 있지만 아직 FLNG를 설계할 정도의 실력이 아직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삼성중공업은 Prelude 프로젝트를 하면서 Technip과 컨소시움으로 진행하면서 배우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최근 ‘멘토’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지만 정작 멘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예전에 주위의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해본 바로는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정도로만 알고 있다. ‘코치’보다 단지 조금 더 있어보이는, 또는 고상한 표현으로써 쓴다는 느낌이다.

 

텔레마쿠스와 멘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멘토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약 BC 1000년)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타카의 왕 오딧세이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떠나기 전 자신의 오랜 친구인 ‘멘토’를 불러 이야기한다. “내 어린 아들 텔레마쿠스와 궁정의 살림을 부탁함세, 우린 오랜 친구이지 않나”.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멘토를 아버지를 대신하는 스승, 현자 등으로 해석한다.

 

커피로 오딧세이를 유혹하는 세이렌? 

     그러나 여기까지 알았다 하더라도 잘 모르는 것이 있는데… 멘토는 사실 오딧세이가 부탁한 것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텔레마쿠스를 지혜로 이끌어준 인물은 멘토로 변장한 여신 아테나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딧세이가 돌아오지 않자 주변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했지만, 아테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살아있다며 그를 찾아 스파르타로 갈 것을 권유한다. 또한 오딧세이가 죽었다며 그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수많은 구혼자들은 그의 궁에서 매일 염소와 양을 잡고 포도주를 마시며 가산을 탕진해버렸다. 궁정 살림을 지켜야할 멘토는 어디에 있었는가?

사실 ‘오딧세이’라는 작품은 트로이 전쟁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험난한 바닷길에는 스벅의 요정 세이렌(Siren)이 치명적인 독을 넣은 캬라멜 마키아또를 내려 진한 커피향을 날리면서 “날도 더운데 커피 한잔 하고 가시지 않겠소?” 라며 유혹하지만 오딧세이는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고 있소”라며 그 유혹을 뿌리쳤을 것이다. 그래서 오딧세이라는 단어는 ‘길고 험난한 여정’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텔레마쿠스의 모험 (1715) 타이틀 페이지

     오늘날 사용되는 ‘멘토’, ‘멘토링’이라는 단어의 근원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가 아니다. 오딧세이를 재해석한 프랑스 작가 페넬론(Francois Fenelon)의 소설 ‘텔레마쿠스의 모험 (Les Aventures de Telemaque, 1699)’에서 나왔다. 여기서 주인공은 바로 멘토이다. 텔레마쿠스의 모험에 함께하며,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하여 그를 양육하고, 지혜로 이끌어주고 결국엔 그를 성공의 자리에 올려놓는다는 알흠다운 줄거리로 된 계몽주의 소설로 재해석한 것이다. (여기서 또 반전은 멘토는 미네르바가 변장한 것이라는 것...너는 아직도 내가 멘토로 보이니?) 암튼 이에 후대 사람들이 멘토를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더라는 얘기.

 

     페넬론의 멘토가 되고자 하지만 결국은 호메로스의 멘토와 같은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도 벅차다. 그러니, 멘토… 함부로 되려고도 하지 말고, 그런 사람을 찾으려고도 하지 말자. 어차피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사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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